커뮤니티에 글이랑 댓글은 꽤 남겼는데
정작 내 닉네임인 가위눌림 썰은 푼 적이 없는 듯ㅋㅋ
지금이야 가위 오면 발가락 까딱거려서 3초 만에 풀지만
열네 살 때 겪은 첫 가위는 아직도 생생함
중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작은 방을 내 방으로 얻었을 때였음
그땐 침대 없이 방바닥에 요 깔고 잤는데
발치 쪽에 안방에서 쓰던 오래된 갈색 나무 장롱이 놓여 있었음
비 오던 금요일 밤에
부모님 몰래 심야 미스터리 프로 보다가
새벽 두 시쯤 방에 들어가 누웠거든
근데 잠들자마자
갑자기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크게 울리더니 눈이 번쩍 떠짐
몸을 움직이려는데
가슴 위에 쇳덩이 얹어놓은 것처럼
손끝 하나 꼼짝을 안 하더라..
어린 마음에 너무 무서워서 엄마 부르려는데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고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음
처음이라 진짜 무섭더라..
겁에 질려서 눈알만 굴리는데
발치에 있던 장롱 문이
손가락 두 마디쯤 살짝 벌어져 있는 게 보임
그리고 그 시커먼 틈 사이로
하얀 손가락 네 개가 문짝 안쪽을 짚고 있었음ㄷㄷ
그러다가 갑자기 장롱 문이 끼익 열리더니
긴 머리카락 늘어뜨린 형체가 바닥으로 기어 나와서
내 이불 위로 올라오기 시작함
발목부터 무릎, 명치까지 묵직하게 짓누르며 기어 올라오더니
내 코앞에서 시커먼 눈동자랑 딱 마주쳤는데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음..
그러다가 새벽에 아버지가 화장실 가려고 거실 형광등을 '딱!' 켜셨고
방문 위에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노란 불빛 들어오자마자
거짓말처럼 가위가 탁 풀림
신기하게 그날 밤 이후로
20년 넘게 가위에 시달리면서
지금의 가위만렙이 되어버렸음ㅋㅋ
다들 처음 가위 눌렸던 날 기억남?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