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제사건 포럼이나 위키를 뒤지다 보면 용의자의 윤곽이 코앞까지 드러났는데도 물증이 없어서 30년 가까이 미제로 남아 있는 아주 찝찝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998년 일본 미에현 이세시에서 발생한 잡지사 여성 기자 츠지데 노리코(당시 24세) 실종 사건인데 현장에 남겨진 자동차의 상태와 그 후의 재판 과정이 기가 막혀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사건은 1998년 11월 24일 밤 11시경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지역 문화 정보지인 이세문화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츠지데 노리코 씨는 전날 태국 여행에서 막 귀국한 상태였는데도 아침 9시에 정상 출근해 밤늦게까지 사진 정리와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밤 11시쯤 너무 늦었으니 이제 퇴근하라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본인 소유의 승용차를 몰고 회사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노리코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대로 연락이 두절됩니다..
다음 날인 11월 25일, 걱정된 가족과 직장 동료들이 그녀를 찾아 나섰다가 회사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진 손해보험사 주차장에서 노리코 씨의 승용차를 발견하게 되는데 차의 상태가 평소와 많이 달랐습니다..
첫째로 평소 주차를 반듯하게 하던 노리코 씨의 습관과 달리 차가 주차선 백선 위에 비스듬하게 걸친 채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차 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외관상 다툰 흔적은 없었지만 조수석에는 현상하기 전의 카메라 필름 3통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가방과 휴대폰, 지갑 등 소지품은 전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둘째로 노리코 씨는 평소 운전할 때 항상 카스테레오를 켜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발견 당시 카스테레오의 전원이 꺼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차를 몰아 급하게 주차하고 내렸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죠
경찰이 주변을 탐문하던 중 결정적인 목격담과 통화 기록이 드러납니다
실종 당일 밤 11시 반에서 자정 무렵, 그 보험사 주차장에 노리코 씨의 차와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난 겁니다..
추적 끝에 경찰은 노리코 씨가 실종 직전 통화하고 만났던 한 남성을 찾아냅니다
이 남성은 과거 음란 비디오 판매 및 협박 사건의 피고인이었는데 당시 수사나 판결에 불만을 품고 이세문화사에 억울함을 제보하겠다며 접근해 노리코 씨와 알게 된 인물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사건 당일 밤 11시경 노리코 씨를 그 보험사 주차장에서 만나 자기 차에 태운 뒤 대화를 나눴다고 인정하면서도 새벽 1시쯤 다시 주차장에 내려주고 헤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남성이 제시한 알리바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후 이 남성이 또 다른 여성을 감금 및 폭행하고 협박한 별건 범죄로 체포되면서 경찰이 노리코 씨 실종 건도 강하게 추궁했지만 남성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남성이 그 별건 감금 사건 재판에서조차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고 오히려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까지 받아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직접적인 시신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아 노리코 씨 실종 사건으로는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됩니다
(이후 일본의 특정실종자 문제조사회에서 납북 가능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정황상 현지에서는 위 인물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습니다)
분명 퇴근길에 취재원을 만나러 간 것뿐인데 왜 차는 주차선에 비스듬히 걸친 채로 버려져 있었고 필름 3통만 남아 있었던 걸까요..
정황상 모두가 의심하는 인물이 있는데도 법망을 빠져나가 미제로 남았다는 게 가장 무서운 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