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연구실

(소름) 내 가족이 똑같이 생긴 가짜로 바뀌었다? '카프그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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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에서 나를 맞이하는 배우자나 부모님의 얼굴과 목소리, 심지어 작은 점의 위치까지 어제와 완벽하게 똑같지만, 본능적으로 '저 사람은 내 가족이 아니라 가족의 탈을 쓴 낯선 침입자'라는 확신이 든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정신의학계에 보고되어 있는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라는 희귀 망상 장애입니다.

1923년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조제프 카프그라가 처음 학계에 보고한 이 질환은, 당시 파리에 살던 한 여성이 "남편과 자식들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고, 지금 집에 있는 가족들은 그들과 똑같이 생긴 가짜(도플갱어)들이다"라고 주장한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진찰하는 의사와 경찰들까지 전부 가짜로 바꿔치기당했다며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고 하지요..

이 증후군이 기괴하고 소름 돋는 이유는 환자들의 시각이나 기억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환자에게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눈앞에 마주 앉히면 "내 아내와 얼굴 생김새도, 말투도, 옷차림도 백 퍼센트 똑같이 생겼다"라고 정확히 인지합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진짜 내 아내는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고, 지금 내 앞에 앉아 웃고 있는 저 여자는 아내의 행세를 하는 정교한 가짜다"라고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지요..

더 기묘한 사례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가 연구한 한 환자는, 부모님과 직접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때는 "어쩌면 저렇게 우리 부모님과 똑같이 생긴 사기꾼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 있느냐"며 경계했지만, 정작 다른 방에 가서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할 때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진짜 부모님으로 대했다고 합니다.

뇌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뇌 속의 '얼굴 인식 영역(방추상회)'과 '감정을 느끼는 영역(편도체)'을 연결하는 신경 회로의 단절에서 찾습니다.

정상적인 뇌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볼 때 시각 정보와 함께 '익숙함, 따뜻함, 친밀감'이라는 감정 신호가 동시에 켜집니다.

하지만 사고나 뇌 질환으로 이 두 영역 사이의 연결선이 끊어지면, 눈으로는 가족의 얼굴을 완벽하게 알아보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감정적 울림이 일어나지 않는 기괴한 불일치를 겪게 됩니다.

결국 혼란에 빠진 뇌가 '내 가족과 똑같이 생겼는데 왜 이렇게 낯설고 차갑게 느껴지지?'라는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저 사람은 내 진짜 가족이 아니라 똑같이 위장한 가짜이기 때문이야"라는 섬뜩한 결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반면 청각을 담당하는 회로는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로 목소리만 들을 때는 정상적인 친밀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가 고작 뇌 속의 가느다란 신경 다발 하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새삼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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