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30분.
창밖을 찢을 듯이 몰아치는 빗소리는 기괴할 정도로 요란했다.
바깥은 살을 에는 듯한 찬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방 안의 공기는 그보다 더 지독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보일러 온도를 24도로 맞춰놓았음에도 바닥만 미지근할 뿐.. 방 안 전체는 거대한 냉동고 속에 들어온 것처럼 뼛속까지 시렸다.
입김을 내뱉을 때마다 하얀 연기가 흉물스럽게 피어올랐다. 도진은 패딩 점퍼를 껴입은 채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마우스 쥔 손을 호호 불었다.
그때였다.
방구석 모서리, 장롱과 벽지가 맞닿는 좁은 틈새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방 안의 다른 곳과 달리, 유독 그 틈새에서만 아지랑이 같은 온기가 피어올라 미약한 김이 서려 있었다.
"아......"
도진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추위에 지친 몸이 본능적으로 그 따뜻한 온기에 이끌렸다.
도진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장롱 옆 모서리로 다가갔다.
바깥의 매서운 추위와 대비되는 훈훈한 훈풍이 뺨을 스쳤다.
마치 오래 품어온 체온처럼 부드럽고 나른한 온기였다.
홀린 듯 손을 뻗어 벽 틈새에 살짝 손가락을 갖다 대려던 찰나..
툭-
도배지가 젖은 습기처럼 쩍 갈라지며 뜯어져 나갔다.
그 속은 텅 빈 시멘트가 아니라 서늘하게 젖어 있는 살결의 촉감이었다.
그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축축하고 하얀 손가락이 불쑥 튀어나와 도진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과 함께 벽 틈새의 온기가 비정상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어서 벽 속에서 들려올 리 없는 귀에 바짝 대고 속삭이는 듯한 가늘고 쉰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거긴 너무 춥지? 이쪽으로 와... 여긴 아주 따뜻해.”
창밖의 빗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거울에 비친 도진의 모습은 어느새 공포로 질려 입을 벌린 채 스스로의 두 발로 그 벽의 틈새를 향해 몸을 쑤셔 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