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에서 자란 사람들은 뼈에 박히도록 듣는 경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밤에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두지 마라
해가 진 뒤에 마당에 물을 뿌리지 마라
밤길에 뒤에서 누군가 이름을 부르면 절대 돌아보지 마라.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저 옛날 어른들이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미신쯤으로 치부하곤 하는데요.
산골 종갓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방들을 기록해 온 저로서는
그 금기들이 얼마나 서늘한 실체에 기반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어깨와 머리에는 예로부터 불을 품은 기운, 즉 삼화(三火)가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 불꽃은 산 사람이 세상을 밝히고 보호받는 유일한 방패인데
해가 진 어두운 시간에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 덜컥 고개를 돌려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고개를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
어깨에 있던 불꽃 중 하나가 시선과 함께 꺾이거나 꺼져버리게 됩니다.
불꽃이 꺼진 빈틈으로 야간의 잡귀나 떠돌이 객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몸을 얹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귀신 들림'이나 심한 가위눌림의 시작입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시골 마을의 한 청년이 밤늦게 논길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어머니처럼 이름을 부르기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고 합니다.
그 뒤로 그 청년은 매일 밤 방구석에 처박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몸의 모든 기력이 마른 채 앓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할머니가 청년의 방에 들어가 쓸어내린 자리엔 새까맣게 타다 만 부적 재와 함께 지독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므로 만약 밤길을 걷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거나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면 꼭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라 할지라도
절대 고개를 돌리거나 대답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살고 싶다면..
앞만 보고 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셔야만 할 것입니다.